[열세번째] 스님의 주례사

결혼할 때 두분이 이 책을 선물해주셨다. 그래서 엄마집에 하나, 우리집에 하나 이렇게 수년간 책장에 살포시 꽂혀져 있었다.

요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를 들으며, 그분의 세상 만사에 대한 유연함과 유쾌함, 명쾌함에 무릎을 치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수년간 책장에 있기만 했던 스님의 주례사를 읽기 시작하였다. 

역시, 즉문즉설에서 하시는 말씀들이 그대로 책에도 녹아져있었다. 

결혼 당시에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사실 '에이 결혼도 안한 스님이 무슨 주례사를 썼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혼 역시 우리의 삶이며, 이미 결혼을 했다면 그것은 가장 중요한 삶의 부분일 수 있기에, 스님의 명쾌한 즉문즉설이 잘 적용되는 부분인것 같기도 하다. 

꼭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살아가는데 있어 맘에 새겨둘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책의 전반부에는 부부간에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이 많다. 요새 사람들은 결혼을 이해관계로 따지는 일이 많은데, 상대에게 덕을 보려고 하지 말고, 기대하는 것이 없이 내 마음이 온전한 상태에서 상대와 관계를 맺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다. 

후반부에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가져야할 마음 자세, 즉, 사물,관계를 의식하는 태도를 말씀하신다. 모든 괴로움은 집착에서 나오며, 그것을 꿈에서 깨어나듯이 깨고 나오면,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보통 자기의 카르마(업)로 습관에 의해 흘러가게 살게 되며, 이렇기 때문에 항상 자기 자신을 알고 깨어있음을 노력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스님이 이런 말씀을 책으로 내어주셔서 감사하며, 팟캐스트를 통해서 하시는 좋은 말씀이 내 마음과 생각을 좀 더 유연하고 편안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시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책에서

- 기도를 하게 되면 자기의 마음이 분명해지고, 그러다 보면 상황이 변합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고민할 필요도 없을 만큼 상황이 딱 변해버리는 거에요. 그러니 복잡할 땐 기도를 하세요. 

  아무리 생각해봐야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면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기도를 하면 좋습니다.

- 정말 (아침에) 일어나고 싶다면,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 할 것이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일어나면 됩니다.

늘 각오만 하니 스트레스를 받고 인생이 괴로운 거에요. 그냥 하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

 끊임없이 방법을 찾는 것은 번뇌입니다. 그냥 하는 거에요. 수행도 이처럼 해야합니다. 너무 심각하게 하지 말고, 가볍게 해야해요. 혹시 잘 안되더라도 '아! 내가 깜박 속았네' 하면서 즉각 마음을 돌이키키면 돼요.

- 괴로움은 우리의 마음이 어리석은 데서 옵니다. 그래서 마음 가운데 고통의 원인이 되는 집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꿈에서 깨듯이 깨면 되는거에요. 

- 이때 '아, 내 카르마에 이런 게 있구나', '나는 재물 욕심은 이기는데, 명예욕은 못이기는구나.' 이렇게 자기 점검을 자꾸 해나갈 수 있어요. 이런 방법으로 스스로를 알아가다 보면 서서히 변화가 찾아옵니다. 자기 발전을 하는 거에요.

- 항상 현재, 지금에 깨어 있으면서 늘 자기를 되돌아보면서 점검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자세가 되어야 자기 변화가 오는 거에요. 이것 말고는 자기 변화를 가져올 길이 없습니다. 

- 우리는 괴롭다고, 복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지만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어요. 왜일까요? 눈을 감고 있기 떄문이에요. 무조건 복을 달라고만 해요. 복을 아무리 내려 줘도 복을 안 준다고 또 아우성을 쳐요. 알고 봤더니 바가지를 거꾸로 들고 있는 거에요. 이런 까닭에 복이 안 담기는 겁니다. 하루 종일 서서 복 달라고 빌어도 담기지 않는 거에요.

- 잘못했을 때 '아, 내가 잘못했네' 하고 아는 게 진리입니다. 틀렸을 때 '아, 내가 틀렸네' 하고 아는게 진리예요. 진리를 멀리서 찾을 게 아니에요.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 게 진리니까요. 어떤 것이든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아무런 병폐가 없습니다. 우리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병폐가 생깁니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줄 알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 내가 내 운명의 주인,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합니다. 카르마가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해요. 습관적으로 사는 게 아니라 늘 깨어서 삶을 살아야해요. ...   마음의 눈을 뜨고 실상을 보세요. 이때 비로소 우리는 지혜로워지고, 인생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 영원한 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돈만 있으면 문제가 해결 될 거라고 착각해요. 하지만 실제로 돈이 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해결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짜 해결된 건 아니에요. 인기가 있으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인기가 있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에요.  ........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방식으로 해결되는 게 아닌데도 우리는 착각을 하며 그것을 붙잡으려고 아등바등 하고 있어요. 오늘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이 정말 무엇 때문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 우리의 인생에는 이런 일도 일어나고 저런 일도 일어나요. ... 스스로 얘기치 못한 일이라고 하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늘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 순간적으로 슬프지만 슬픔에 빠지지 않고, 실패하면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나는 거에요. 상황과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삶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 살다 보면 원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이루어질 때도 있고, 안 이뤄질 때도 있어요. 이때 안 이뤄진다고 괴로워할 이유가 없어요. 안 이루어지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다시 시도하면 돼요. 또 안 되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또다시 시도하면 돼요. 그래도 안되면 어떻게 할까요? 안 하면 됩니다. 그래도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요? 또 하면 됩니다.    ........   따라서 되고 안되고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무조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겁니다. 세상일은 다 될 수도 없고, 된다고 좋은 것도 아니에요.